2026년 02월 04일

관세·이민·금리까지… 강경 노선으로 선회한 미국, 글로벌 경제 흔든다

미국의 정책 시계는 다시 한 번 강경 노선이라는 방향으로 분명하게 움직이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민, 통상, 통화 정책을 동시에 압박하는 전방위 전략을 통해 자국 중심의 경제 질서를 재편하려는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으며, 이 같은 변화는 단기적 정치 메시지를 넘어 구조적 전환의 신호로 해석되고 있다.

최근 미국 정부가 러시아와 이란을 포함한 75개국을 대상으로 이민 비자 발급을 중단한 조치는 이러한 흐름을 상징적으로 보여 준다. 행정부는 해당 국가 출신 이민자들이 미국의 복지 예산과 사회 보장 제도에 과도한 부담을 주고 있다는 점을 근거로 들고 있지만, 이 결정의 본질은 이민을 더 이상 성장과 다양성의 자산이 아니라 재정적 비용의 문제로 재정의하고 있다는 데 있다. 이는 전통적으로 이민자 유입을 통해 노동력과 혁신을 보완해 온 미국 경제 모델 자체가 변화의 갈림길에 서 있음을 의미하며, 중장기적으로는 노동 시장 위축과 인구 구조 변화라는 후폭풍을 동반할 가능성이 크다.

통상 정책에서도 같은 기조가 뚜렷하다. 미국 정부는 첨단 기술을 국가 안보의 핵심 축으로 규정하며 고성능 인공지능 반도체를 새로운 규제 대상으로 끌어올렸다. 엔비디아의 H200 등 일부 AI 칩에 대해 25%의 관세를 부과한 것은 단순한 보호무역 조치라기보다, 기술 패권 경쟁에서 우위를 확보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이러한 관세는 글로벌 AI 산업 공급망 전반의 비용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고, 미국 기업들 역시 가격 경쟁력 약화라는 부담을 피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산업계의 우려를 키우고 있다. 기술 안보를 강화하려는 정책이 오히려 산업 효율성을 저해할 수 있다는 역설이 현실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와 동시에 통화 정책을 둘러싼 긴장도 한층 고조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연방준비제도의 제롬 파월을 겨냥한 법무부 조사를 통해 금리 인하 압박에 나서면서, 중앙은행의 정치적 독립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논란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금융 시장에서는 통화 정책이 정치적 이해관계에 종속될 경우 인플레이션 기대가 불안정해지고, 환율과 자산 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는 경고가 잇따르고 있다. 이는 단순히 한 차례의 정책 논쟁을 넘어, 미국 금융 시스템 전반에 대한 신뢰 문제로까지 번질 수 있는 사안이다.

이민 규제 강화로 인한 노동력 감소 가능성, 첨단 기술 관세로 인한 산업 비용 상승, 그리고 통화 정책의 불확실성이 동시에 겹치면서 미국 경제는 복합적인 압박에 직면하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정치적 결집 효과나 일부 산업 보호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성장 잠재력 약화와 글로벌 신뢰도 하락이라는 대가를 치를 수 있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결국 이번 일련의 정책 변화는 개별 사안의 나열이 아니라, 미국이 세계화의 흐름 속에서 어떤 위치를 선택할 것인지에 대한 전략적 선언에 가깝다. 자국 우선주의를 앞세운 이러한 선택이 미국 경제의 체질을 강화할지, 아니면 글로벌 경제 질서 속에서 고립이라는 또 다른 위험을 키울지는 앞으로의 정책 운용과 국제 사회의 대응에 달려 있다.

작성자 소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