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남부 부동산 시장이 다시 요동치고 있다. 호치민시를 중심으로 아파트값이 빠르게 오르며 시장 변동성이 커지고 있고, 이로 인해 투자 수요가 외곽 지역 토지로 이동하는 흐름까지 나타나고 있다. 가격이 예상보다 가파르게 상승하자 정부는 논란이 되던 부동산 양도세 도입을 철회하며 시장 안정 기조로 방향을 조정한 상황이다.
현지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호치민시의 아파트 가격은 지난 1년 동안 20~30% 가까이 상승했다. 일부 고급 단지는 최근 10년 사이 가격이 세 배 이상 오르기도 했다. 글로벌 부동산 기업 CBRE의 분석도 비슷하다. 대도시의 주택 가격 상승률이 베트남의 평균 소득 증가 속도를 훨씬 앞서면서, 실수요자와 중산층의 내 집 마련 부담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급등세의 배경으로 공급 구조의 불균형을 꼽는다. 고급·중상위 주택 공급은 계속되지만, 중저가 아파트 공급은 극히 부족한 상태가 오래 지속되고 있다. 이는 실수요자가 시장에서 밀려나도록 만들고, 상대적으로 구매력이 있는 투자자층이 시장을 주도하는 구조를 고착시키고 있다. 주택 가격이 실질 수요보다는 투기성 자금의 영향으로 움직이는 양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 같은 가격 부담은 자연스럽게 외곽 지역 토지로 눈길을 돌리게 만들었다. 호치민시 인근 교외 지역에서는 최근 몇 개월간 토지 거래 수요가 빠르게 증가했다. 초기 투자 비용이 낮고 향후 개발 가능성이 높다는 기대가 맞물리면서 외곽 토지 시장은 새로운 ‘대체 투자처’로 떠오르고 있다. 일부 지역은 기반시설 개발 계획이 발표될 때마다 거래 문의가 급증하는 현상도 나타났다.
부동산 시장이 이처럼 과열 조짐을 보이자 정부도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최근 재무부가 검토하던 부동산 양도세 도입은 시장 위축 우려로 결국 철회됐다. 대신 정부는 가격 감시 강화, 거래 투명성 제고, 사회주택 공급 확대 등 구조적 안정 정책에 방점을 찍을 것으로 보인다. 단기적 규제로 시장을 누르기보다는 중장기적 안정 기반을 구축하는 방향으로 정책 기조가 이동한 셈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흐름을 베트남 부동산 시장이 안고 있는 구조적 문제의 단면으로 해석한다. 공급과 수요, 실수요와 투자 수요, 중심지와 외곽 개발 간의 불균형이 동시에 나타나면서 시장이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 경제 분석가는 남부 지역의 가격 급등은 단순한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구조적 압력이 표면화된 결과라며 정부가 세제보다 공급 구조와 규제 체계를 손보는 데 집중해야 시장이 안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부동산 가격 상승이 생활 물가와 민생 부담으로 직결되는 만큼, 향후 정부의 정책 조정 방향과 외곽 지역 개발 속도는 시장의 흐름을 결정할 주요 변수가 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