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에서 최근 ‘결혼 대신 함께 살기(live-in)’를 선택하는 가구가 빠르게 증가하면서 공식적인 결혼 건수는 눈에 띄게 감소하고 있다. Philippine Statistics Authority(PSA)의 최신 자료에 따르면 2024년 등록된 결혼 건수는 371,825건으로, 2023년 약 414,000건에서 약 10.2%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결혼률이 전통적으로 높았던 필리핀에서 이와 같은 급감은 단순한 경기 침체나 물가 부담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사회문화적 변화의 신호로 해석되고 있다. 실제로 현지 조사에 따르면 2022년 이후 필리핀에서는 동거를 선택하는 가구가 꾸준히 증가해 왔으며, 결혼을 인생의 필수 단계로 여기지 않는 인식이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다.
일부 젊은 필리피노들은 결혼을 30대 후반 이후로 미루거나 “꼭 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답해, 결혼이 더 이상 사회적 규범으로 강요되지 않는 흐름을 보여준다. 이러한 변화의 배경에는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우선 결혼식 비용, 주거 마련 부담 등 경제적 문제는 여전히 중요한 이유로 거론되지만, 그 외에도 개인의 삶을 우선시하는 경향, 자유롭고 유연한 관계를 선호하는 가치관, 그리고 결혼 등록 절차의 번거로움 등이 결혼을 회피하거나 늦추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젊은 세대일수록 전통적인 ‘결혼 → 출산 → 가족’이라는 구도가 절대적인 기준이 아니라는 인식이 강하며, 결혼하지 않아도 관계를 유지하고 가정을 꾸리는 방식이 자연스럽게 자리 잡고 있다. 현지 언론 Inquirer는 이러한 흐름을 두고 “필리핀 가족 형태가 전통적 틀에서 벗어나 더 다양한 형태로 재편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변화가 단순한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필리핀 사회 전반의 구조적 전환을 예고하는 신호라고 지적한다. 결혼률 감소와 동거 증가 현상은 향후 인구 구조, 가족 정책, 복지 제도 등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사회적 관심이 요구된다는 분석이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