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오세아니아의 하늘길은 사실상 ‘정상 운항’이라는 말을 잃어버렸다. 호주와 뉴질랜드 전역의 주요 공항에서 하루 새 90편이 넘는 항공편이 취소되고 672편이 지연되면서, 시드니·브리즈번·멜버른·오클랜드·웰링턴·크라이스트처치 공항 곳곳에 여행객들이 캐리어를 베개 삼아 바닥에 누워 있거나, 얼굴에 짜증과 체념이 뒤섞인 채 끝이 보이지 않는 줄을 따라 서 있는 장면이 이어졌다.

사진출처: ABC News 온라인 기사 「Sydney Airport chaos continues as travellers, staff face busiest day in years」
항공 전문 매체들은 이번 사태가 단순한 악천후 때문이 아니라, 며칠째 이어진 기상 악화와 이미 빠듯했던 승무원·지상 조업 인력 부족, 그리고 기체 회전이 꼬이면서 생긴 연쇄 지연이 한꺼번에 폭발한 결과라고 분석한다. 실제로 집계에 따르면 에어뉴질랜드가 32편의 취소와 79편의 지연으로 가장 큰 타격을 입었고, 버진 오스트레일리아는 운항편의 3분의 1 이상이 지연되며 ‘지연률 1위’라는 불명예를 안았다. 전체적으로는 오세아니아 주요 항공사들에서 90편의 취소와 672편의 지연이 발생해, 한 나라의 문제가 아니라 ‘지역 전체의 시스템 피로’가 드러난 셈이다.
같은 시각 호주 쪽만 떼어놓고 봐도 상황은 심각하다. 시드니·멜버른·브리즈번·캔버라·애들레이드 공항에서는 하루 동안 41편이 취소되고 700편이 넘는 항공편이 늦게 뜨거나 늦게 도착했다. 특히 시드니 공항은 취소 19편, 지연 214편으로 사실상 하루 종일 비상 운영 체제였고, 브리즈번과 멜버른 역시 200편 안팎의 지연이 쌓이면서 전국적인 연결편 일정에 연쇄 타격을 줬다.
짧게는 한두 시간 지연에서 끝나는 경우도 있지만, 지방 공항이나 섬 지역으로 가는 항공편의 경우 하루 뒤나 그 이후로 아예 여행 계획을 갈아엎어야 하는 승객들도 속출했다. 온라인 예약 시스템과 콜센터에는 좌석 변경과 환불, 호텔 지원을 요청하는 문의가 폭주했고, 일부 항공사는 자체 앱과 문자 메시지를 통해 “공항으로 나오기 전에 반드시 운항 여부를 다시 확인해 달라”고 연달아 공지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이번 혼란의 직접적인 방아쇠는 강한 비구름대와 짙은 안개, 강풍이었지만 그 이면에는 팬데믹 이후 인력을 충분히 보강하지 못한 항공사와 공항 운영의 구조적인 문제가 자리 잡고 있다. 이미 몇 주 전부터 호주·뉴질랜드 공항 곳곳에서 수십 편이 한꺼번에 취소·지연되는 사례가 반복돼 왔고, 항공 관제 시스템 오류나 장비 고장, 공항 확장 공사까지 겹치면서 “조금만 변수가 생기면 곧바로 전국적인 혼란으로 번지는 취약한 구조”가 드러났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출처: RNZ-Auckland Airport reveals problem that led to major delay
경제적 파장도 만만치 않다. 비즈니스 여행객들은 회의와 계약 일정을 줄줄이 다시 잡아야 했고, 관광객들은 호텔·렌터카·투어 예약을 잇달아 취소하거나 변경하면서 지역 관광업계에도 손실이 번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브리즈번과 시드니 공항에서만 100편이 넘는 지연이 발생하면, 해당 도시뿐 아니라 연계 노선이 얽혀 있는 태평양·아시아 노선까지 흔들린다”며 이번 사태가 단지 오늘 하루의 불편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한다.
실제로 항공사들은 승객 재배치와 승무원·기체 스케줄을 다시 맞추는 데 며칠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어, 이미 정상 운항으로 돌아간 공항에서도 보이지 않는 뒷정리가 계속되고 있다. 오늘 하루, 오세아니아의 공항은 우리 모두가 당연하게 여겼던 ‘비행기는 제시간에 뜬다’는 믿음이 얼마나 쉽게 무너질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거대한 실험장이 됐고, 승객과 항공사, 공항과 정부 모두에게 “기후 위기와 인력난 시대에 하늘길의 안정성을 어떻게 지킬 것인가”라는 숙제를 남겼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