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1월 30일

폭풍·산불·물가·자유… 호주를 뒤흔든 하루의 이야기

2025년 11월 26일, 호주는 자연과 사회가 동시에 거센 파도를 일으킨 하루였다.

새벽부터 NSW 전역에는 강풍과 폭우가 몰아치며 수천 번의 번개가 하늘을 갈랐고, 그 와중에 일부 지역에서는 산불 위험이 ‘재앙적’ 수준으로 치솟아 20여 개 학교가 문을 닫았다. 도시는 정전으로 어둠에 잠기고 도로 곳곳은 나무가 쓰러져 마비되었으며, 한 76세 남성이 강풍에 쓰러진 나무에 맞아 숨지자 긴장감은 더욱 높아졌다.

비와 불이 동시에 도시를 조여오는 상황에서 주민들은 휴대폰 경보음과 사이렌 소리에 하루 종일 신경을 곤두세웠다. 그런데 악천후만이 사람들을 뒤흔든 것은 아니었다.

사진출처 : The New Daily

호주 통계청이 발표한 10월 소비자물가상승률이 3.8%로 뛰어오르며 전기요금은 무려 37%나 상승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시민들은 자연재해만큼이나 피하기 어려운 생활비 압박을 실감했다. 커피 한 잔 값부터 주거 비용까지 치솟으며 거리 곳곳에서 한숨이 새어 나왔고, 전문가들은 RBA가 내년 5월쯤 금리를 다시 올릴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아 시장과 가계 모두에 불안이 퍼졌다.

한편 교육계에서는 또 다른 파장이 일었다. 호주 상위 8개 대학 연합인 Group of Eight이 정부에 환경보호법 완화를 요구한 사실이 드러나자 학계 90여 명의 연구자들이 이를 강하게 비판하며 “환경보다 개발을 우선시키는 것은 학문적 책임의 포기”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기후재해가 현실로 다가오는 날, 연구기관 내부의 갈등은 더욱 아이러니하게 다가왔다. 사회 전반에 무거운 분위기가 감도는 가운데, 청소년 인권 문제까지 전국 이슈로 떠올랐다.

정부가 추진하는 ‘16세 미만 SNS 계정 금지법’에 대해 15세 두 학생이 직접 고등법원에 헌법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아이들은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주장하며 “우리는 보호가 아니라 목소리를 원한다”고 외쳤고, 법정은 하루아침에 청소년 자유권 논쟁의 새로운 무대로 바뀌었다. 하지만 오늘 호주를 뒤덮은 이야기 중 가장 숨통을 틔운 소식은 스포츠였다. 고전 중이던 럭비 국가대표팀 Wallabies가 새 감독으로 레스 키스(Les Kiss)를 맞이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팬들은 SNS에서 “드디어 재건의 시작”이라며 환호했고, 팀은 일본과의 첫 경기 준비에 들어가며 새로운 시즌을 향한 기대감을 높였다.

이렇게 여러 겹의 사건이 뒤엉킨 오늘, 호주는 자연, 경제, 교육, 인권, 스포츠까지 모든 분야가 동시에 요동치며 한 나라의 하루가 얼마나 다양한 색을 띠는지 보여주는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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