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젊음과 연극의 거리’ 대학로 — 그 한복판, 세우아트센터 2관에서 공연 중인 남사친 여사친은, 한때 1980년대 대학로를 메웠던 굵직한 사회극이나 실험극 대신, 지금 이 시대 청춘들의 ‘사랑과 우정 사이’라는 현실적이고 일상적인 감정의 결을 무대 위에 담는다.

1980년대는 지하 소극장들과 실험극 무대가 대학로 곳곳에 몰려 있던 시기였다. 1981년 아르코예술극장(당시 문예회관)이 문을 열며 대학로는 본격적으로 연극의 메카로 자리잡기 시작했고, 그 이후 수많은 민간 소극장들 예컨대 연우무대, 산울림소극장 등 이 모여들며 1980~90년대 한국 연극의 실험성과 저변을 키웠다. 당시 대학로는 학생·지식인·예술가들이 뒤섞인 문화와 저항, 실험의 공간이었고, 연극은 사회 비판과 시대 담론의 매개였다.
그로부터 수십 년, 변화된 대학로는 여전히 연극의 거리이지만, 그 무대의 색깔은 달라졌다. 바로 그 변화의 한가운데에 남사친 여사친이 있다. 2024년 6월부터 오픈런으로 공연 중인 이 연극은, “사랑 vs 우정”이라는 익숙하면서도 미묘한 구도 속에서 20~30대들이 실제로 겪고 고민하는 감정선을 그린다.
이야기는 이렇게 시작된다, 연애 경험이 별로 없는 미리가, 이상형처럼 여겨온 성진과 연인이 되면서 발생하는 변화. 그 과정에서 미리의 남사친인 민석과, 성진의 여사친 윤지라는 존재가 미묘한 긴장감을 만들며, 사랑과 우정의 경계가 흐려진다. 네 사람은 함께 여행을 떠나고, 그 안에서 얽힌 감정과 오해가 터져 나오며 친구 vs 연인 사이의 감정의 실타래가 복잡하게 풀린다.

무대 위에서는 배우들의 자연스러운 연기와 현실적인 대사가 살아 움직이고, 빠른 장면 전환과 현대적인 연출 덕분에 90분이라는 시간 내내 웃음과 공감, 때론 씁쓸함마저 느껴지게 한다. 남사친/여사친이 있었다면 정말 공감하며 볼 수 있다는 후기처럼, 많은 관객이 내 이야기 같다”고 느끼며 몰입한다.
1980년대 대학로가 사회적 메시지와 저항, 실험의 연극을 통해 시대를 비추던 무대였다면, 지금의 대학로는 우리 일상의 사소한 감정과 관계를 섬세하게 그리는 공간으로 진화했다. 남사친 여사친은 그 변화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작품이다. 동시에 이 작품은, 여전히 대학로가 청춘의 현재를 비추는 거울이며, 매일의 고민과 갈등, 웃음과 위로를 무대 위에 다시 세우는 자리임을 확인시킨다.
누구나 한번쯤 겪었거나, 혹은 지금 겪고 있을 법한 사랑과 우정 사이의 경계. 남사친 여사친은 그 경계 위에서 우정은 연인으로 바뀔 수 있을까, 아니면 애초에 불가능한 걸까?라는 질문을 던진다. 그리고 그 질문은, 관객 각자의 마음속에 오래 남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