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이 2035년부터 휘발유·디젤 차량의 신차 판매를 사실상 금지하는 기존 방침을 완화하는 방향으로 정책 조정을 검토하면서 유럽 전역에서 환경·산업 논쟁이 다시 불붙고 있다. 기후 대응의 상징으로 여겨졌던 EU의 강력한 내연기관 퇴출 정책이 산업 현실을 이유로 수정 국면에 접어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유럽 의회 고위 의원은 12일(현지시간) 언론 인터뷰를 통해 “2035년부터 신규 차량의 이산화탄소(CO₂) 배출량을 완전한 0으로 제한하는 현행 계획이 조정될 가능성이 크다”며 “현실적인 대안으로 배출량 90% 감축 기준이 논의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사실상 내연기관 신차 판매를 전면 금지하던 기존 방침에서 한 발 물러서는 것이다.
EU는 그동안 유럽 그린딜(European Green Deal)의 핵심 과제로 2035년 내연기관차 퇴출을 추진해왔다. 해당 정책은 전기차(EV) 전환을 가속화하고, 탄소 중립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강력한 규제로 평가받아 왔다. 그러나 독일·이탈리아 등 주요 자동차 생산국과 완성차 업계의 반발이 이어지면서, 규제 완화 논의가 본격적으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정책이 조정될 경우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등 일부 내연기관 기반 차량의 판매가 2035년 이후에도 허용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자동차 산업계는 “전기차 충전 인프라 부족과 소비자 수요 불확실성, 공급망 부담 등을 고려할 때 단계적 전환이 불가피하다”며 정책 유연화를 환영하는 분위기다.
반면 환경단체와 전기차 전문 제조사들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규제 완화가 전기차 전환 속도를 늦추고, 기후 목표 달성을 위태롭게 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특히 이미 전기차 전환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한 기업들 사이에서는 “정책 후퇴는 시장의 예측 가능성을 훼손하고, 선도 기업에 불이익을 준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EU 회원국 간 입장 차이도 뚜렷하다. 스페인과 일부 북유럽 국가는 기존 2035년 금지 목표 유지를 강력히 주장하는 반면, 자동차 산업 의존도가 높은 국가들은 규제 완화를 요구하고 있다. 이로 인해 이번 논의는 단순한 환경 정책을 넘어 EU 산업 전략과 기후 리더십의 방향성을 가르는 시험대로 평가받고 있다.
전문가들은 “EU가 완화안을 선택할 경우, 전 세계 친환경 자동차 정책에도 상당한 파급 효과를 미칠 것”이라며 “EU가 기후 선도 지역으로서의 상징성을 유지할지, 산업 현실을 우선시할지가 중요한 분기점”이라고 분석했다.
EU 집행위원회는 조만간 공식 입장을 정리해 회원국과 유럽의회에 제시할 예정이다. 2035년 내연기관차 퇴출이라는 역사적 정책이 어떤 형태로 최종 확정될지, 유럽의 기후·산업 정책 방향에 전 세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