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2월 04일

“돌봄에 영어까지?”

저출생과 맞벌이 가구 증가로 돌봄 공백이 사회 문제로 떠오른 가운데, 정부와 서울특별시가 추진한 필리핀 가사관리사 시범사업이 기대와 논란을 동시에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 정책은 가사와 아이 돌봄 인력을 외국에서 합법적으로 도입해 비용 부담을 낮추고 돌봄 공백을 완화하겠다는 취지로 출발했지만, 최근에는 영어 교육 효과가 부각되면서 본래의 정책 목표와 현실 사이의 간극이 더욱 선명해지고 있다.

일부 언론에서 언급된 월 118만 원이라는 금액은 전일제가 아닌 하루 약 4시간 근무하는 파트타임 기준으로 해석되는 경우가 많으며, 실제로 하루 8시간 전일제 근무를 적용할 경우 한국의 최저임금과 주휴수당을 반영해 월 200만 원 안팎의 비용이 발생한다.

이용 가구 입장에서는 시간당 비용이 기존 국내 가사도우미 시세보다 낮은 편이지만, 당초 기대됐던 월 100만 원대 돌봄과는 차이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사업이 특히 주목받는 이유는 필리핀 출신 가사관리사들의 영어 소통 능력 때문이다. 필리핀은 영어가 공용어인 국가로, 선발 과정에서도 영어 면접과 기본적인 의사소통 능력이 중요한 기준으로 작용했고, 이로 인해 아이 돌봄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영어를 사용하는 환경이 만들어지고 있다.

공식적인 업무 범위는 아이 돌봄과 그에 수반되는 가사 서비스에 한정되지만, 일상 대화 속에서의 영어 노출만으로도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별도의 영어 과외를 일부 대체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확산되고 있다. 실제 신청은 서울 지역의 맞벌이 가구, 특히 미취학 아동을 둔 가정에 집중됐으며, 만족도 역시 비교적 높은 편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반면 노동·인권 단체를 중심으로는 임금 수준과 업무 강도, 체류 및 근무 조건, 외국인 돌봄 노동자의 권리 보호 문제에 대한 우려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시범사업 초기에는 일부 근무지 이탈 문제가 발생했지만, 급여 지급 방식 개선과 근무 여건 조정을 통해 상황이 다소 안정됐다는 분석도 뒤따른다.

정부와 고용노동부는 이번 시범사업의 성과와 한계를 종합적으로 검토한 뒤 대상 인원 확대와 지역 확장을 신중하게 논의하겠다는 입장이다. 돌봄 공백 해소라는 현실적 필요와 노동 정책, 사회적 합의라는 과제가 맞물린 가운데, 필리핀 가사관리사 시범사업이 일시적 대안에 그칠지, 새로운 돌봄 모델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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